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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읽고무시' 갖고 싸웠다

"108석 여당의 한심한 전당대회"

(한국) 김건희·한동훈 문자 논란이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김 여사가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 의사를 당시 당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동훈 후보에게 문자로 보냈지만, 이를 ‘읽씨ㅂ’(읽고 무시)했다는 논란이다.

한 후보 측은 배후로 친윤계를 지목하며 “전대 개입”이라고 주장했고, 대통령실은 “전대 개입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 후보가 문자 내용을 밝히라”는 친윤계와 원희룡 후보 측의 공세에 한 후보 측이 “자해극”이라고 받아치면서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문자 논란이 확산하자 7일 일부 친윤계 원외 당협위원장들은 한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했다가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당 선관위의 경고를 받고 취소했다.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인 박종진 위원, 이상규 최고위원 후보 등이 원외 당협위원장에게 회견에 참석해달라는 전화를 돌렸다고 한다. 친윤계 현역 의원의 주도 아래 40명 안팎의 당협위원장이 호응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한 후보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종혁 경기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원외 당협 위원장들이 ‘한동훈 사퇴 기자회견에 참석할거냐 안 할거냐’라는 협박성 발언을 들었다고 한다”며 “도대체 이분들은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런 짓을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 후보도 페이스북에 “제가 공적 사과 요구를 했다는 이유로 일부 정치인이 연판장을 돌려 사퇴 요구 회견을 준비 중”이라며 “여론 나쁘다고 취소하지 말라”고 직접 나섰다. 논란이 확산하자 회견은 취소됐고, 연락책으로 지목된 박종진 위원은 사의를 표했다. 그는 통화에서 “부탁을 받고 지인 두 명에게 참여 의사를 물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친한계는 ‘읽씨ㅂ’ 논란을 자해극에 비유했다. 최고위원에 출마한 박정훈 의원은 “자해극의 본질은 ‘읽씨ㅂ’이 아닌 문자 유출”이라며 “읽씨ㅂ이 대역죄인 양 판을 벌인 세력은 얼치기 충성파“라고 했다. “호가호위하려고 대통령마저 위험에 빠뜨리는 사람들”(장동혁 의원)이라는 비난이 이어졌다.

반면에 7일 부산을 방문한 원희룡 후보는 “이슈를 피하려고 당무개입으로 몰아가 대통령실을 끌어들여선 안 된다”며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된들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와 대통령실은)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문자 내용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한 후보는 5일 “김 여사의 문자는 사과하기 어려운 사정을 강조하는 취지”라고 했는데, 원 후보는 “문자 전문을 공개하라”고 받아쳤다. 원 후보는 “(사과 뜻을 전했다는 쪽과 한 후보) 둘 중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문자를 공개해 진실을 밝히거나 사과하라”고 했다.

친윤계 중진 의원도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를 두고 '사과하겠다는 취지가 아니었다'고 하다가, 이제는 불리하니 '전대 개입'을 주장한다"며 "검찰 때는 수시로 소통해놓고 지금은 사적·공적 통로를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경원 후보와 윤상현 후보는 한·원 후보를 모두 비판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는 김 여사 사과 기회마저 날린 무책임한 아마추어이고, 원 후보는 무모한 아바타”라고 꼬집었다. 윤 후보는 “두 사람 다 대통령실을 끌어들이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고 지적했다.

총선 패배 석 달만이자 전당대회를 2주 앞두고 두고 터진 논란에 여권 내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민생·미래비전·정책이 실종되고 일차원적 다툼만 남은 108석 여당의 한심한 전당대회”라고 꼬집었다.

토론토중앙일보 (news@cktime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