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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나르는 행복한 메신저… “그래서 행복합니다”

2013-04-29 0
캐나다 포스트 근무 한상철씨
캐나다 포스트 근무 한상철씨
일년 사시사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우편배낭을 어깨에 둘러매고 토론토 지역을 누비고 다니던 사람. 그가 나르는 우편물에는 희망과 기쁨과 슬픔이 함께 했다. 우편배달부는 봉투만 봐도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짐작 한다. 봉투가 얇을수록 내용물은 희망에 가득 차 있다. 정부가 주는 수표나 각종 합격통지서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봉투가 두꺼우면 소송 서류라던가, 불합격 서류 같은 절망이 들어있을 확률이 높다.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희노애락을 실어나른 그의 애환 또한 걸었던 행로만큼이나 알알이 길 위에 서려 있다. 

◆ 더 나은 삶을 찾아 캐나다로 오다

여의도에 있는 금융기관에서 14년간 근무한 한상철씨는 2005년 여름에 토론토에 정착했다. 이민을 오게 된 동기는 좀 엉뚱했다. 이민이라는 큰 결정을 한 바탕에는 아마도 1996년에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4개월간 어학연수를 한 추억이 영향을 미쳤다. 돈을 벌어야 되는 거주자가 아닌 관람자 입장에서 미국을 즐겼으니 좋은 이미지만 간직되었고 외국생활에 대한 동경심은 마음 깊숙히 자리잡았다. 1997년 12월에 IMF가 시작되면서 여의도 금융가는 구조조정,도산,폐쇄 등의 용어들이 활개치는 삭막한 곳으로 바뀌었다. 그는 금융 공기업에 다니고 있어서 경기불황을 직접 느끼지는 못했지만 증권회사와 은행들이 망하는 것을 보면서, 당시 유행했던 캐나다 이민 설명회에 참석했다. 캐나다의 뛰어난 사회보장 및 교육제도에 매혹된 그는 2001년에 직접 이민서류를 작성해서 제출했다.

◆ 캐나다 취업의 산을 넘고 넘어

이민 올 때는 회계사를 하려고 했다. 비즈니스나 세일즈 영업은 경험도 없었고 적성에도 안 맞아 엄두도 내지 못했다. 2006년 가을에 한인 회계사무실에 잠시 취업했던 그는 그 해 겨울 12월에 만난 서로 다른 3명으로부터 캐나다우체국 (Canada Post)에 도전해보라는 추천을 들었다.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고, 은퇴시까지 근무 보장에 복지가 좋아 이민자에게 적합한 직종이라는 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는 자존심 때문에, 뭔가 더 괜찮은 직업이 있을 거라는 환상으로 무시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현실적으로 일리가 있어 2007년 1월부터 지원서를 접수시켰다. 캐나다 경력이 부족하니 연락이 올 리가 없었다. 그래서 2007년 초에 정부에서 제공하는4개월짜리 코업(co-op) 프로그램에 등록했더니, 1달 동안 이력서 쓰는 법, 인터뷰 요령들을 가르쳐 주고 바로 자원봉사 일거리를 주선해 줬다. 그런데 추천해준 3개의 작은 회사들은 거리가 너무 멀거나, 특정 인종만으로 구성된 회사이거나, 환경이 열악해 도저히 다니기 어려웠다. 취업 알선 선생이 “뭘 바라느냐? 더 이상 일자리를 연결시켜 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며 화를 냈다. 취업의 벽을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의도의 최신 빌딩에 앉아 기안이나 하고 시장조사 하며 지내던 내 인생이 드디어 저 떨어지는 개나리 꽃잎과 함께 끝났구나’ 하는 슬픔이 몰려왔다. 이 일을 계기로 연방 공기업인 캐나다포스트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졌다.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재직중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이력서를 계속 수정했다. 또한 우체국 사업 하는 사람에게 부탁해 두 달 간 근무하는 등 캐나다우체국이 요구하는 경력을 하나씩 갖춰 나가다 보니 드디어 시험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철저히 준비한 덕분에 그는 무난히 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가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니라 캐나다 에서 필요한 일을 선택한 것이다. 2007년 말부터 2010년까지는 토론토 다운타운 에서 LC를, 그 후 지금까지는 미시사가에서 Clerk으로 근무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눈이 많이 내렸던 2007년 겨울에 신참으로서 바쁜 지역인 다운타운에서 배달을 시작했는데 그 고생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폭설에도 하루 8시간 이상을 걸어 다니며 밤 늦게까지 밥도 못 먹고 배달하는 생활 3개월 후에 7kg이 나 빠졌다. 그는 이제 어떤 일을 해도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든다.

◆ 한인들을 위한 Canada Post 취업 팁

Canada Post 근무분야는 LC(Letter Carrier, 우편 배달부), Postal Clerk(우편 집중국 근무자), 그리고RSMC(외곽지역 편지 및 소포 배달자)로 나뉜다. 회사에서 필요할 때만 일이 주어지는 Temporary on-call 시절을 3~4년 정도 지내고 나면 기본 근무시간과 복지혜택이 주어지는 파트타임 근무자가 되며 그 후 몇 달 내에 풀타임 LC가 될 수 있다. Canada Post의 장점은 뛰어난 직업 안정성과 복지혜택, 낮은 업무 스트레스와 영어 부담, LC와 Clerk 간의 자유로운 이동 등이며 단점은 채용이 불규칙적이어서 입사기회를 잡기가 어렵고 파트타임이 되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하는 점이다. 불규칙한 채용시기에 대한 대비책은 꾸준히 관심을 갖고 다른 직업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2004년에 인터뷰에서 떨어진 후 컨비니언스를 운영하다가 2010년에 Clerk으로 취업한 사람도 있다. 채용정보는 홈페이지(www.canadapost.ca/careers)에서 직종과 지역을 입력하고 검색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이력서와 커버레터는 회사의 요구조건 위주로 작성해야 한다. 채용공고에 나와있는 근무 요구조건에 맞는 경력과 단어를 중심으로 Experience in customer service & delivery 경력을, Making deliveries, Customer focused, Physical work, Working with the public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좋다. 입사 시험은 주소 식별력, 숫자 암기능력, 영어 독해력을 테스트하는 2시간의 필기시험과 적성파악, 업무대처 능력 위주로 질문하는 30분의 인터뷰로 나뉘며, LC는 체력검사와 운전시험이 추가된다. 한인들이 겁내는 인터뷰는 업무능력을 알려는 것이지 영어능력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하지 말고 자기 생각만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으면 된다. 단 질문을 정확하게 이해할 듣기능력은 있어야 한다. LC는Temporary시절에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하루 5시간 정도 걸으며 낯선 지역에서 편지배달을 해야 하는 힘든 점이 있으며, Clerk은 편하지만 주로 저녁이나 밤에 일해야 되고 일 할 기회가 많지 않은 단점이 있다. 영어에 자신 있는 사람은 Supervisor, Manager 등으로 계속 승진할 수도 있다.

◆ 삶을 반추하며, 미래를 바라보며

한상철씨는 말한다. “토론토에서 살다보면 백인들이 참 부지런하고 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삶의 여유에서 배어 나오는 품격의 밑바탕에는 단지 이 풍요로운 세상의 주인이기 때문만은 아닌 나름대로의 생활철학이 있을 것이다”. 그는 외롭고 힘든 이민생활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훌륭한 멘토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좋은 친구들이 필요한데, 자신을 인복(人福)이 많다고 생각한다. Canada Post를 추천해준 사람들, 정보를 주고 도와준 동료들, 자신의 우체국에서 근무하라고 선뜻 불러준 사람 등 모두가 고마운 분들이다. 모든 것에 감사하고 작은 기쁨에도 즐거워하면 삶이 행복하다고 느껴진다. “가장 중요한 건 인생과 세상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것”이라며 한상철씨는 잔잔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한달간 미국과 캐나다 동서 횡단 자동차 여행에 들어갈 그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길...

조성진 기자
jean@cktime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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